[Klaus의 리뷰공장]#06 _문과의 경제학.

2019-01-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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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곤경에 빠지는 것은 무언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그것은무언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_ 마크 트웨인



나는 순수 문과. 그것도 국문과 테크를 탄 순수 of 순수 문과.

수학공식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고 그래프만 보면 잠이 온다. 과학도 허락할 수 있는건 생물학 까지만. 수(數)라는 것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가장 먼 관점이었다.

수학 객관식은 3번으로...올인!


  그러니 아무리 영화라곤 한들 경제와 긴밀히 관련된 영화를 선뜻 나서서 볼리가 없었다. 주변에서 아무리 추천작이라 치켜세워도 포스터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다. 영화를 보게 만드는 어떤 지점을 넘지 못한 기분이 들어서랄까. 한마디로 그땐 별다른 매력을 못 느꼈던 것이다. 경제학 영화를 돈 내고 보는 순수 문과생이라니. 그거야말로 판타지 아닐까.

경제학?  그거 보이지 않는 손 얘기아냐? RGRG 당연히 RG.


  그러다 어떤 대화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금 이 영화가 떠올랐다. “빅 쇼트(Big short).” 금융권에서 쇼트(short)는 매도를, 롱(long)은 매수를 뜻한다.  따라서 빅 쇼트라 함은 ‘대규모 매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경제시장의 붕괴를 몇 년 전에 미리 예견하고 이에 과감히 투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조 단위의 돈을 벌어들인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신나지 않다. 오히려 착잡함에 가깝다. 그들이 벌어들인 돈은 수없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불행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기에 결코 기뻐할 수도, 기뻐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 찝찝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래의 상황을 내다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현재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하지만 이를 분석할 땐 단순히 눈앞의 자료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코끼리 만지는 장님 꼴을 피하기 위해선 자료가 진정 의미하는 바와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러다 그 꼬리를 한 번 잡게 되면 실을 잡고 미로를 빠져나가듯이 확실한 결론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좌: 마이클 버리(펀드 매니저, feat. 의학박사)   /  우: 벤 리커트(월스트리트에서 은퇴한 실력자)

  펀드매니저 ‘마이클 버리’ 박사(무려 의학박사)는 바로 이 방법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곧 벌어질 것을 직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택대출 상환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그리곤 단순히 예측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돈 전부를 “신용부도 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에 과감히 투자한다. 

  이는 사실상 미국경제가 몰락한다는 의미나 다름없었기에 이를 주변 관계자들이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투자자들은 당장 내 돈 돌려내라며 줄지어 고소를 하고, 투자받은 쪽에서는 정말 진심으로 그러는 거냐며 버리의 의도를 비웃는다.

  마이클버리 외에도 마크 바움, 자레드 베넷, 벤 리커트, 찰리 겔러, 제이미 시플리 등의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수 백만명이 집을 잃어 거리로 내쫓기고, 기업은 줄줄이 도산하여 결국 세계금융위기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 다가올 불행을 예견해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또한 그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이야기.


  수많은 경제용어들이 오고 가며 급박하게 영화가 전개되는 가운데, 나는 친절하고 상세한 용어설명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문제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문과생이니 부디 이해해주길. 나는 그보단 영화의 감정에 주목하려 했다. 등장인물들이 가장 많이 내보인 표정과 감정은 대개 ‘어이없음’, ‘분노’ 그리고 ‘배신감’이었다. 

  미국 경제제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과 신용. 그것이 하나하나 아주 작은 부분까지 까발려지며 정말 마지막 손톱만큼의 믿음까지 파괴될 때 보여지는 미국 경제제도와 시스템을 향한 지극한 환멸. 부채담보부증권의 등급선정을 책임지는 관리자가 뱉은 “나라고 뭐 어쩌겠어요?”를 들었을 때의 그 기분이란.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이 자연법칙과는 완전히 분리된, 어쨌거나 인력(人力)에 의해 돌아가는 물렁한 바닥이라는 걸 섬짓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설마 그렇게 까지 했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이 지난 2016년 겨울에 어떻게 산산히 깨졌는지 돌아본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일들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다 보면 흐릿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자연법칙에 예외는 없지만 인간세상엔 언제나 예외가 있다는 걸. 가끔 까먹기는 해도 완전히 잊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뒷맛이 조금 찝찝한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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