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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us의 리뷰공장]#04 _영웅은 없다.

2018-11-06 17:00
조회수 37

** 이 글에는 영화 <왓치맨>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좋은 일만 하고 잘못을 전혀 저지르지 않는 의인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_ 전도서 7장 20절

 

  영화 왓치맨의 원작은 앨러무어의 <왓치맨> 코믹스 2부작으로, 코믹스 좀 읽어봤다 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손꼽히는 수작 오브 수작이다. 그런데 웬걸, 막상 영화가 개봉하자 앨런무어는 다시는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팬들의 의견 또한 대단히 냉담했다. 영화가 원작의 수준에 한참 못미치며, 원작에서 생략 및 각색된 부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30여분이 추가된 감독판이 나오자 평가는 어느정도 역전되었다. 제 2의 <킹덤오브헤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05년 작, <킹덤오브헤븐>.

극장판의 평가는 혹독했으나 감독판이 공개된 뒤 명작으로 재평가 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1940년대 냉전시대에서부터 시작되어,  1960년대 베트남에서의 승전(미국이 승리하고 닉슨이 삼선하는 가상역사)을 거쳐, 법령으로 인해 히어로들이 은퇴하게 되는 시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는 시간순서로 쭉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은 시간상 가장 마지막 시기인 킨 법령(히어로활동금지법) 발령 이후이며, 그 이전의 사건들은 모두 회상씬으로 처리된다. 다만 이 회상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많다.

1대자경단 'Minutemen'과  2대자경단 'watchmen'


  유일하게 1,2대 자경단 모두에서 활동했던 코미디언의 죽음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코미디언은 암살자의 습격으로 빌딩에서 추락사하고,  왓치맨 멤버 중 한명인 로어셰크가 사건의 진상을 좇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코미디언을 살해한 암살자를 좇는 로어셰크.


  로어셰크(Rorschach)는 영화 진행에 있어 핵심적인 캐릭터로 사용된다. 그는 모두에게 외면받는 외골수로, 처절할만큼 고립되고 무시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정의'라는 것은 참 의미심장하다. 그는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면에 있어서는 단 한치의 타협도 하지 않는다. 설령 그 대가가 세상의 종말일지라도.

헤르만 로르샤흐가 발표한 인격진단검사인 "로르샤흐(rorschach)테스트".

좌우대칭의 잉크얼룩을 보고 무엇이 보이는지 답하는 것으로 진단을 내리는 검사이다.

로어셰크의 움직이는 마스크 얼룩과 이름은 바로 이 테스트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스스로의 규칙을 정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탐정이라는 점에서는 배트맨과 무척 닮아있다. 하지만 로어셰크는 범죄자를 살해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여아납치살해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로), 자신의 기준과 신념에 맞지않을 경우엔 유일한 친구인 나이트오울 마저도 거침없이 밀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어셰크와 그의 유일한 친구인 나이트오울.


 영화는 온갖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코미디언은 왓치맨이 사회 최후의 안전망이라 말하지만, 정작 악당과 다를 바가 없을정도로 폭력적이고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일삼는다. 로어셰크는 정의를 실현한다며 범죄자들을 응징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범법행위나 폭력에 대해서는 묵인한다. 이런 아이러니를 뉴욕 시민들도 알고있기에 거리 곳곳에는 항상 이 문구들이 나붙는다.

  

 "Who watches the Watchmen? (왓치맨은 누가 감시하는가?)"


  심지어 캐릭터들이 말하는 정의, 평화의 의미는 모두 제각각이다. 이 차이로 인해 수많은 갈등과 싸움이 일어나고, 이는 영화의 전개를 이끌어나가는 핵심이자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의견의 차이는 싸움으로 번지고, 싸움은 더 큰 힘에 의해 제압된다.  그러나 신처럼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차도 인류의 수많은 갈등과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는 없었다.



원자로 사고로 인해 대머리가 된 신적인 능력을 얻게 된 닥터 맨해튼.


  닥터 맨해튼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원래 평범한 물리학자였으나 원자로에서 사고를 당한뒤 신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그가 개입한 베트남 전쟁은 단 7일 만에 미국의 승리로 끝났으며, 미국은 소련의 핵미사일에 대항하는 무기로 그를 선전할 정도였다. 

닥터 맨해튼의 개입으로 단 7일만에 끝나버린 베트남전.


  이렇게 전지전능한 그마저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바로 끝없는 갈등과 전쟁의 종식. 그것은 신적인 능력으로도 바꿀 수가 없는 것이었고 인간성 자체에 깊은 회의와 피로감을 느낀 닥터 맨해튼은 아예 지구를 떠나 화성에 은거하게 된다.


인간이 다른 생명보다 가치있는가? 우주에서는 수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데, 인류가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한다면 내가 굳이 막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이것이 바로 그가 가진 고민이었다. 신의 능력을 가진 닥터 맨해튼은 더이상 보통 인간의 관점으로 사고할 수가 없었다. 그의 연인인 실크스팩터(2대)가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하며 설득할때 닥터 맨해튼은 바로 그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하라고 말하면서 왜 정작 신적인 존재인 나의 관점으로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가?

  그러나 연인(2대 실크 스팩터)의 탄생과정이 지독한 우연의 연속이자, 기적같은 일의 결과물임을 깨닫게 된 그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긴 고민끝에 결국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로한 닥터 맨해튼. 그렇게 모든 일이 해결되는 듯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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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형 재등장!  뉴욕은 오늘도 터지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누군가가 미리 교묘히 파놓은 함정에 불과했다. 닥터맨해튼이 순간이동으로 돌아오자마자 뉴욕에서는 핵폭발이 일어나고, 닥터맨해튼은 이 재앙의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한 왓치맨들은 서둘러 진짜 범인을 찾아나서고 마침내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왓치맨의 멤버 중 한명인 오지만디아스가 모든 사건의 흑막이었던 것이다. 코미디언의 죽음부터 닥터 맨해튼을 이용한 뉴욕 대참사까지. 오지만디아스는 앞에서 동료들을 돕는 척하며 몰래 자신의 계획을 착실히 실행해왔던 것이었다. 

오지만디아스(ozymandias), 오지만디아스는 이집트 람세스2세의 그리스식 표기이다.


  이에 분개한 왓치맨 멤버들이 오지만디아스를 단체로 족치려는 찰나, tv를 통해 기묘한 소식이 모두에게 전해진다. 뉴욕 대참사의 범인으로 지목된 닥터 맨해튼, 즉 거대한 '인류 공동의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전쟁 직전의 상태에 있던 미국과 소련이 동맹을 선언한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오지만디아스가 그려온 진정한 그림이었다. 닥터 맨해튼의 능력으로도 이룩 불가능했던 '인류의 평화'를 초능력도 없는 오지만디아스라는 인간이 홀로 이룩한 것이었다.


"수십억을 살리기 위해선 수백만을 죽여야만 했어. 평화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르는 법이야."

           
  코미디언이 지독한 농담이라 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미국-소련간의 핵 전쟁으로 전인류가 멸망하느니, 스스로 악당이 되어 수백만명을 죽이고 인류 전체에 평화를 안겨주겠다는 오지만디아스의 계획. 닥터 맨해튼은 현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자신이 인류 공동의 적으로 계속 남아있어야 함을 깨닫고 결국 진실을 묵인하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하듯 결코 타협하지 못하는 이 또한 있었다.

  타협을 모르는 남자 로어셰크


  로어셰크에게 있어 거짓평화를 지키기위해 진실을 함구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설령 그로인해 핵전쟁이 발발한다 해도 말이다. 결국 그는 왓치맨 멤버들에게 자신은 세상에 진실을 알리겠다 선언하고, 닥터 맨해튼은 그런 로어셰크의 앞을 막아선다. 어찌할지 망설이고 있는 닥터 맨해튼에게 가면을 벗고 소리치는 로어셰크.

"뭘 망설이나?  어서 해.  어서 하라고!!"

말그대로 로어셰크다운 최후.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두고 싸우는 것도 이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똑같은 가치를 지키고자 싸우는 듯 보였으나, 그저 각자가 믿는 가치를 지키려 했을 뿐이었다. 자유, 평화, 정의 등의 가치는 사람에 따라 그 받아들이는 의미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생기는 의견차이는 사회의 원동력이 될때도 있지만, 핵전쟁처럼 모두를 멸망에 빠뜨리는 중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거짓말로 얻어낸 평화냐, 상처만 남은 진실이냐.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리겠는가? 하지만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리든,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릴 적 믿었던 영웅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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